<지혜로운 샤빅왕자>는 아이들에게 문화의 다양성과 언어를 소개할 수 있도록 기획한 그림동화 작품 중 하나입니다. 2024년 1월 9일, 그 작가이신 진은아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다문화 강사이자 세계시민 강사를 병행하며 작가님의 다문화 교육에 대한 통찰 역시 엿볼 수 있습니다. Q: 짧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현재 다문화 강사, 세계시민 강사로 활동하는 진은아 강사입니다. 제가 다문화 가정의 일원이에요. 저희 남편이 모로코 사람이고, 국제결혼을 하게 됐어요. 다문화 가정의 복지에 관심이 커져서 다문화 강사가 됐는데, 강사 활동을 하니 저랑 정말 잘 맞는 분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방면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지혜로운 샤빅왕자>를 제작하셨는데 간략하게만 내용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지혜로운 샤빅 왕자>는 모로코 동화라기보다는 아랍권의 동화예요. 샤빅 왕자라는 주인공은 굉장히 착하고 성실하지만 가난한 왕자예요. 이웃 나라의 한 공주가 자신의 궁에 와서 청혼하면 결혼할 기회를 준다고 공고문을 붙여서 그 공고문을 보고 이웃 나라 공주에게 가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 3개를 맞춰야지만 결혼을 할 수 있어요. 그 문제를 헤쳐나가면서 여러 가지 상황이 생기는데 그 상황을 샤빅 강자만의 지혜롭고 성실한 그런 성격으로 풀어내는 그런 얘기죠.
* 아시안허브 유튜브 ahTV
Q: 혹시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을까요? A: 처음에 저희 대표님께서 아랍이나 이슬람 관련 동화는 없다고 얘기를 하셔서, 제가 또 마침 남편이 모로코 사람이니까 이슬람 관련 동화가 뭐가 있을까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문했어요. 저희 아시안허브에 또 모로코 선생님이 계셔서 그분께 조언을 구해 집에 있는 몇 가지 동화책을 살펴봤어요. 그중에 샤빅 왕자가 있었어요. 같이 얘기를 나누다가 이 동화가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번역해서 편찬하고 나오게 된 게 <지혜로운 샤빅 왕자>죠.
Q: 굉장히 섬세하게 제작하셨네요, 어려우신 점은 있었나요? A: 여기저기 알아보려고 했었고 조금 힘들었어요. 아랍 동화가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아서 자료 찾는 게 좀 힘들었죠.
Q: 제작하시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하신 부분들이 있을까요? A: 저는 개인적으로 좀 아랍 이슬람권의 문화가 좀 드러났으면 했는데 동화 내용에서는 그런 게 많이 드러나지 않아요. 유럽의 동화 중 하나처럼 왕자가 공주에게 찾아가서 청혼한다는 플롯이 기본이에요. 저는 ‘라마단’이나 ‘이슬람 알라에게 기도’같은 문화가 더 나왔으면 했는데 그런 게 좀 없어서 아쉬움이 좀 남아 있어요. 문화적인 부분을 많이 동화에 반영했다면 이걸 읽는 아이들도 배우고, 참고하는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들의 문화 다양성 교육에 도움 될 수 있을텐데... 말 그대로 딱 동화 백설 공주가 사과 먹고 쓰러져서 왕자 가서 키스하는 그냥 그런 내용인 거라 아쉬웠어요.
Q: 대신 삽화에서 드러나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내용에서 반지를 찾을 때 사막 배경인 게 드러난 것 같아요. A: 맞아요. 아랍 왕자의 옷이라든가 공주의 성이라든지 그런 거는 보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막이나 건조된 지역의 건축 양식이 반영되긴 했죠. 딱 봐도 이건 사막의 이야기라고 알 수 있게.
Q: 혹시 학생들한테 이제 읽어주실 기회가 있으셨나요? A: 네, 많이 있었어요. 북 콘서트나 책 박람회에 아시안허브가 많이 참여해요. 가서 오는 아이들 시간대를 모아서 자유롭게 동화 구현을 해주거나, 아니면 모로코 문화 체험 수업이 있는데 그 수업에 콘텐츠로 사용해요. "선생님이 <지혜로운 샤빅 왕자> 동화책 읽어줄 건데, 이 동화를 듣고 우리가 아랍의 지혜를 한번 느껴보자." 이런 식으로 수업 메시지를 전하기도 해요. 콘서트나 박람회를 가면 "이런 동화가 있는데 우리가 세계 여러 동화를 통해서 다양한 문화나 이런 것들을 좀 알아봐요." 하면서 동화 구현을 하죠.
Q: 아이들 반응 중에 좀 인상 깊게 남은 반응이 있었을까요? A: 딱히 뾰족한 기억은 안 나고 그냥 아이들이 굉장히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나요. 예를 들어서 샤빅 왕자가 중간에 동료를 많이 모아요. 샤빅 왕자가 동료를 모을 때마다 제가 집중시키느라고 동료가 몇 명인지 퀴즈를 내거든요. 그러면 나이 어린아이들은 잘 말 못 하는데, 조금 나이가 많은 아이들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되면은 바로 척척 말하거든요. 그래서 칭찬해주고 격려해 주면 더 집중 잘하는 모습을 보이는 리액션이 인상 깊어요.
Q: 되게 뿌듯하셨겠어요. A: 뿌듯하죠. 잘 듣고 또 재밌어해요.
Q: 다문화 강사처럼 교육 활동도 많이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간략하게 활동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지금 이 대한민국이 굉장히 다양한 이주민들이 살고 있잖아요. 다문화 가정도 많아지고 또 이주민 노동자 외국인 유학생 등 정말 다양한 외국인 인구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면서 서로 문화를 존중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강의죠. 그런데 이 다문화 교육을 지금도 초등학교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정말 교과서적인, 고정관념에 입각된 그런 내용이 많아요. 제가 결혼하고 나서 차별을 되게 많이 받았거든요. 근데 몰랐어요, 결혼하기 전까지는. 남편이 외국인이다 보니까 외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고 또 외국인의 눈으로 우리 한국 사회를 바라보게 되니 참 많은 그런 차별이나 사회적 편견이 있더라고요. 특히 또 출산하게 되니까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가 혼혈이잖아요. 근데 아이를 바라보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눈이라든지 아니면 주변 엄마들의 시선이 확실히 있더라고요. 외국인이래, 하는 그 말들이. 이것 때문에 뭔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든지 그런 건 아니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특히 어르신들도 많이 그랬고, 공공장소나 이런 사회적인 환경에 가게 되면 아빠가 외국인이니까 저럴 거라는 그런 편견을 가지는 분들이 매우 많았어요. 그리고 혼혈 아이니까 아빠가 외국인이고 엄마가 한국인인데 얼굴은 그냥 한국인 같네, 혼혈 안 같네, 이런 시선조차도 꼭 그런 혼혈 아이는 혼혈 아이답게 생겨야만 하는가에 대한 시선도 점점 예민하게 느껴졌어요. 엄마로서 이런 시선이 많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엄마로서 좀 작은 행동을 통해서 바꿔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이런 교육의 의미가 있겠구나 하면서 그런 내용을 많이 수업에 담고 있죠.
Q: 활동에 임하시는 마음가짐 여쭤보려고 했는데 딱 말씀해 주셨네요. A: 한국 가족들이 역차별을 느끼는 경우도 많거든요. 왜 다문화 가정만 이런 걸 해주는지, 왜 다문화 센터만 있는지. 그런 감정을 덜 느끼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법들을 저희를 통해서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강사 활동을 하시면서 인상 깊었던 경험이 혹시 있으시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제가 갔던 강의 중에 문화 체험 수업이 있었어요. 모로코 문화 체험 수업인데, 남편이 모로코 사람이니까 모로코 문화나 역사, 지리, 기후를 소개하는 수업이었어요. 중학교 1학년 교실이었고 남녀공학 학교였어요. 근데 어떤 아이가 아랍 아이인 것 같았어요.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한국어를 잘 모른대요. 그래서 그림이나 영상을 위주로 그 친구한테 다가가면 수업이 수월할 거라고 조언을 해 주시더라고요. 수업을 진행하면서 “모로코는 이런 나라야, 어떤 환경이 있어.” 이렇게 소개를 하는데 잘 못 알아듣죠. 이론은 이론이니까, 소개하고 활동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어요. 활동은 제가 나눠주는 활동지에 아랍 문양을 색칠하는 활동으로, 색칠하기 활동이었어요. 색칠한 거를 갖다가 오려서 이제 조립하면 렌턴이 되는 활동을 하는데, “여기를 잘라야 해요, 여기를 오려야 해요, 여기를 뒤로 접어야 합니다.” 이런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그 아이가 잘 못 하더라고요. 친구들이 좀 도와주는 것 같은데도 잘 못 하길래 제가 직접 갔어요. 원래는 이제 다른 아이들 도와주느라 좀 바쁘지만, 그 아이를 위해서 이제 안으로 접기 뒤로 접기를 하나하나 보여줬어요. “손으로 안으로 이렇게 접어요, 뒤로 접어요, 이거는 빨간색으로 해봐요. 여기 안에 불이 들어가요. 이거 봐봐요, 멋있죠?” 하면서 하이파이브도 해보고 조금 친밀감을 많이 만들었죠. 그 아이가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에는 잘 완성했어요. 랜턴을 완성해서 쫙 깔아놓고 사진을 같이 찍었는데 굉장히 밝게 웃더라고요. 엄청 좋아하는 느낌이었고, 수업 시작할 때 그 정적이고 차분한 표정이랑 많이 달라진 게 좀 인상 깊었어요. 담임 선생님께 이 이야기를 말씀드렸어요. 굉장히 뿌듯했어요, 하니까 선생님께서 그렇게 다가가 주기가 힘들대요. 선생님들은 수업마다 20명의 아이 보기도 바쁜데 어떻게 한 명한테 그렇게 신경 쓰겠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이런 지원이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그래서 그때부터 제가 기회가 되면 그런 문화 체험 수업이 있으면 다른 선생님들께 좀 정중하게 여쭤봐요. “선생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혹시 도와드릴 게 없을까요?” 하면 저도 강의 공부가 되고, 수업받는 친구 중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있으면 저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조금 이제 교육자로서 어떤 가치를 다문화 수업에 넣어야 할지 깊게 생각했죠.
Q: 엄청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A: 네, 의미 있는 수업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교육자의 입장으로 더욱 공부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 배우고, 발전하고. 그래서 더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약간 바라시는 꿈이라든지 미래상이라든지 이런 게 있으실까요? 개인적인 것도 좋고 사회적인 것도 좋아요. A: 조금 가까운 미래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이슬람이나 중동 아랍 문화에 관련해서 아이들이 필요한 것들을 알아갈 수 있는 아카데미나 센터 같은 곳을 만들고 싶어요. 이런 것들을 다문화 수업으로 전하기엔 너무 단편적이에요. 점점 중동, 이슬람 다문화 가정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는데 이 아이들이 겪는 문제점이 많아요. 예를 들어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데 학교에서는 돼지고기가 섞인 급식이 나오니까, 점심을 안 먹고 도서관에서 그냥 시간을 보낸다던가. 문화나 피부색 때문에 아이들한테 왕따를 당하거나, 알라의 뜻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더 큰 차별을 받는다든지. 다른 문화보다 더 편견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좀 해결할 수 있는, 교육을 많이 겪을 수 있는 곳. 넓게 봐서는 박물관이면 더욱 좋을 것 같고, 가까이 봐서는 작은 센터나 학교 이런 걸 좀 만들고 싶어요.
Q: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일이네요. A: 맞아요. 앞으로 계속 출산율은 낮아지고 다문화 가정 인구는 늘어나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서로 중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