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언어문화연구소 지구촌문화예술공연단 2기가 2021년 4월에 출범하여 두 달간의 사전 교육을 거쳐 오는 17일 첫 공연을 하게 됐다. 지난 9일 이번 공연에서 극본 작가 겸 배우로 참여하는 강석 씨를 줌(zoom)을 통해 만나보았다. 지구촌문화예술공연단 단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부터 실제 공연을 연습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지구촌문화예술공연단 단원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운 좋게도 트로피칼 아트라는 이름의 극단에 들어가 공연을 할 기회를 얻었다. 그 극단이 좋았던 점이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열려 있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참여할 수 있었고, 장애가 있으신 분들에게도 참여의 기회가 얼마든지 열려 있었다. 출신 국가가 다르고 달랐지만, 극단 안에서 하나가 되어 공연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게 진짜 지구촌 문화극단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사촌 동생을 통해 지구촌문화예술공연단 모집 공고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지구촌’이라는 말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다. ‘지구촌’이라는 표현은 지구 전체를 ‘하나의 마을’로 본다는 것인데, 이 ‘지구촌’이라는 말로부터 이 공연단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하는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이 공연단에 들어가서 단원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지원을 하게 됐다.
Q. 본격적으로 공연을 준비하기 이전에 두 달간 세계시민교육 기본교육에서부터 실제로 연극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나리오작법과 연기까지 배운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달간의 과정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으며 두 달간의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두 달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계시민교육부터 시작해서 시나리오작법과 연기까지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첫 번째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소통을 하는 데에는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교육을 받고 나서 언어뿐 아니라 손동작, 몸동작과 같은 비언어도 원활한 소통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가장 좋았던 것은 교육을 통해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교육을 들으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투영된 말들을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고 있음을 알게 됐다. 어떠한 특정한 집단에 대한 편견을 내포하고 있는 말인데도, 사람들에게 습관적으로 많이 쓰이다 보니 일상생활 속에 이미 고착된 말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딩’이라는 말만 봐도 그렇다. 이런 식으로 교육을 통해 언어습관, 그리고 평소의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Q. <지구촌 동물 스타>라는 극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극이 담고 있는 주제의식은 무엇인가?
‘문화 다양성’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차이’를 찾으려 한다. 무엇이 다르고, 어떤 점에서 다름을 보이는지를 주로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나도 그랬는데, 이후에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던 것 같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물론 ‘다름’이 있지만 지구촌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로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떤 점에서 우리는 같을까. 이렇게 반대로 생각하고 나니 글이 잘 써졌던 것 같다. <지구촌 동물 스타>에서 ‘동물’로 표현을 하긴 했지만 ‘각각의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극을 썼다. 극의 전반을 꿰뚫는 주제의식은 누구나 모두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Q. 공연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극의 내용을 살짝 소개한다면?
뿔 사슴이 뿔이 가장 매력이 있다는 이유로 지구촌 동물 스타로 뽑힌다. 그러나 지구촌 동물 스타로 뽑혀 자만심에 도취된 뿔 사슴은 다른 동물들을 무시한다. 그 와중에 여러 사건 사고가 펼쳐지고 뿔 사슴은 친구 동물들을 통해서 모두가 각자의 매력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바뀌게 된다는 내용이다.
Q. <지구촌 동물 스타>의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 시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 시나리오 쓰는 과정에서 겪었던 우여곡절이 있다면?
두 달 동안 쓰는 중이다. ‘쓰는 중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지금도 완전히 완성된 건 아니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완성본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작업인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무대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건 또 달라서, 매주 수정을 거듭해가며 작업하고 있다. 우여곡절이라고 한다면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웃음) 동물의 표정과 행동을 상상하고, 또 혼자 실제로 표정을 지으면서 글을 썼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쓴 것 같다.
Q. 본인이 극본도 쓰고 ‘사냥꾼’역으로 배우로도 참여하는데. <지구촌 동물 스타>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실제로 연극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순간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시간적인 부분이 크다. 시나리오를 써서 실제 공연을 무대 위에까지 올리는 데 두 달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다. 시간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나리오가 나오고 나서 리딩 연습을 진행했고, 모여서 실제로 연극 연습을 한 것은 한 달 정도다. 지금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연습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좀 있는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시나리오를 처음 완성한 후에 줌(zoom)에서 만나서 첫 대본 리딩을 했을 때다. 시나리오를 쓰며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것들이 실제로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떤 느낌일까 하고 많이 생각해봤었다. 배역을 나눠서 첫 리딩을 하는데 다들 집중을 너무 잘해줬다. 첫 리딩인데도 막 웃으면서 얘기도 많이 나눴다. 대본 리딩을 하며 많이 웃기도 했었는데 또 울기도 했었다. 이번 예술고시촌 로컬연극제에 지구촌문화예술공연단이 올리는 작품에 <지구촌 동물 스타> 말고도 <띡쭈>라는 작품이 있다. 그 작품은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인데, <띡쭈>의 첫 리딩 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웃음)
Q. 연극을 연습하면서 다른 단원들과도 끈끈한 정이 들었을 것 같다. 연극을 함께 연습하는 지구촌문화예술공연단의 단원들을 소개해달라.
마음 같아서는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말하고 싶지만. (웃음) 일단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단원들이 많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대사를 외워서 연기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대사를 외우고, 연기까지 한다는 건 사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 자체가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런데도 단원들이 힘든 티를 별로 내지 않았다. 오히려 만나서 연습할 때는 연극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연습하면서 또 마음이 잘 맞아 나가서 애드리브로 나왔던 부분도 있다. 이렇게 조금씩 보완해 나가면서 더 나은 작품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Q.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극에 참여하면서 문화 다양성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바가 클 것 같은데.
문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번 공연에 임하면서 단원들의 출신 국가가 다양하다 보니 ‘많이 다를 수 있겠다.’, ‘많이 다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만나서 연습을 해보니 정말 그런 게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른 게 없었다. 생각하는 것도, 느끼는 것도 똑같았다. ‘어떻게 공연을 더 잘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라는 공통된 원하는 바 아래서 서로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 부분들이 다름보다는 같음을 더 많이 깨닫게 해 준 것 같고, 그런 점에서 ‘다름’ 이전에 ‘같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Q. 지금은 한국어 강사 일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자신의 일을 소개해 본다면?
지금 어떻게 보면 한국어 강사를 하면서 되게 즐겁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 친구들에게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데, 케이팝과 같은 한국의 문화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수업을 할 때 드라마를 많이 사용한다. 각자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드라마 장면을 보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드라마 장면 속에서 드러나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드라마 안에서 문화가 묻어나오기 때문에 드라마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전공이 드라마와 뮤지컬 쪽이고 하다 보니 이런 방식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이 일이 재밌고 흥미롭다. 한국어 강사를 오랫동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직업이 정말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Q. 공연을 올리는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단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연을 준비할 때 처음에는 다들 어색하고 쑥스러워했다. 연기를 이번 기회에 처음 하게 된 단원들도 있다 보니 그게 당연하다. 그런데 연습을 해가면서 자신감도 붙고, 단원들의 매력이 배역과 잘 어우러지면서 단원들의 매력이 점점 강하게 발산되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재미가 붙었다. 그래서 더 자신감 있는 자세로, 더 무한한 매력을 펼쳐 내기를 바란다는 말을 우리 단원들에게 하고 싶다.
Q. 이 인터뷰를 빌려 관객들에게도 한마디 건넨다면?
공연을 보러 오면 관객 여러분들은 정말 다양한 매력이 철철 넘치는 동물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웃음) 첫 번째 극인 <지구촌 동물 스타>에서 관객들도 심사위원으로 직접 투표를 하는 등 관객들이 공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 두 번째 극인 <띡쭈>는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인데,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이 힘겨움을 겪고 있으실 텐데, 공연 보러 오셔서 따뜻한 마음과 편안한 마음을 얻고 가셨으면 좋겠다.
지구촌문화예술공연단 단원 강석 씨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정말 큰 재미를 느꼈고, 그래서 이번 공연이 끝나고 나면 또 새로운 주제로 다른 작품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의 꿈과 미래를 응원하며, 이번 지구촌문화예술공연단의 공연도 단원들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소망한다.
*7월 17일 오후 2시부터 관악구 고시촌 광태소극장에서 열리는 지구촌문화예술공연단의 무대는 코로나 확산세를 고려해 무관중으로 진행될 예정으로, 공연 녹화 영상은 추후 아시안허브 공식 유튜브 채널 ah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