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 혹은 다문화 가정을 위해 정부는 현재 많은 지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다문화 정책에는 미흡한 점이 존재하기에 해외의 우수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획에서는 해외의 성공한 다문화 정책 혹은 제도를 검토하고 우리가 보완할 점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문화 정책을 시행하는 사례 중 두 번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다문화공생정책을 골자로 하여 세계화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이 다문화 사회로 변모한 역사를 살펴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식민지를 많이 거느렸다는 점이 큰 영향으로 작용한다. 1945년 시점까지 일본은 다민족 국가였으며 시간이 지나 1979년에는 정식으로 ‘국제인권규약’에 비준하였다. 이후 점차 발생하는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196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 노동자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한동안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1990년에 시행된 “제6차 고용대책 기본 계획”에서는 전문 기술 능력을 가진 외국인을 최대한 받아들이되 단순 노동자의 수용자는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정책을 마련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2006년 총무성이 ‘지역의 다문화공생추진위원회’를 설립하였고 점차 전국지자체를 중심으로 다문화 공생 시행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조현미, “일본의 다문화공생정책의 추진경과와 현황”)
일본의 다문화정책의 특징은 지방정부가 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국과는 달리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다문화공생정책을 수행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이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업무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공한다. 특히 외국인 거주비율이 높은 곳이나 혁신적인 자치단체의 경우 외국인의 요구에 따라 국제교류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며 중앙정부에 필요한 제도개선을 제안하기도 한다. 또한 다문화가족 관련 비영리단체의 활동에 지원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나고야 시에서는 다문화가족을 비영리단체와 연결시켜 일본어 교육지원 활동에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주민의 입장에서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비영리단체, 혹은 지역 주민에의 지원은 다문화 사회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과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다문화 가족지원 포털을 중심으로 각 지방에 산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설립되어 있는 것처럼 중앙정부의 주도하에 다문화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역시 점차 ‘동화’에서 ‘존중’의 관점으로 옮겨가면서 지자체 차원의 다문화공생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일본의 다문화공생정책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 우선, 우리나라의 지방정부는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시행할 만큼 법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고, 지방정부가 소수집단 대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방세 수입은 조세를 부담하는 납세자에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인식과 지방정부의 주수입은 기존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같은 전통적 기능에 활용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물론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은 효율적이지만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 맞춤형 정책을 시행하기 어렵고, 중앙정부 내 여러 부처들이 중복되는 지원제도를 내놓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한계도 존재하는 것이다. (박성호, “일본의 다문화공생정책과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다문화정책 개선방안 연구”)
이처럼 여러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일본의 다문화공생정책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한국의 다문화정책과 일본 정책의 장점을 융화시키는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기본 정책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운영하되,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지자체에는 자율성을 부과하여 정부에서 지원하는 혼합 정책을 취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시민단체의 참여가 적극적이라는 장점이 있기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시민단체가 단순히 사업공모활동에 그치기보다는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여 지방자치제 다문화정책 기획, 실시, 평가 등의 활동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면 혼합 정책 시행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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